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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 이후의 아이는 ‘내가 해볼래’라는 말을 자주 하며, 자율성과 독립심을 본격적으로 키워나가는 시기를 맞이합니다. 이 시기에 부모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아이는 자신감 있고 주도적인 성격으로 자라거나, 반대로 위축되고 의존적인 성향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자율성을 긍정적으로 이끌어주는 부모의 말투와 행동 습관, 실수하기 쉬운 태도, 그리고 자율성과 규율을 동시에 지켜주는 양육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자율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길러주는 것이다
“내가 할래!”, “혼자 입을 수 있어요!”, “하지 마, 나도 알아!” 이런 말들이 3~4세 아이에게서 자주 들리기 시작했다면, 아이는 지금 자율성 발달의 핵심 구간에 진입한 것입니다.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발달이론에 따르면, 이 시기는 ‘자율성 대 수치심과 의심’의 시기로, 아이는 ‘내가 나를 조절할 수 있는 존재’라는 감각을 얻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그 시도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부모의 태도야말로, 아이가 건강한 자율성과 자기 주도성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부모는 종종 아이의 자율성을 ‘고집’, ‘말 안 듣는 행동’으로 오해하고, 통제하려 하거나 대신해 주려고 합니다. 물론 아이는 여전히 미숙하고 실수도 많기에 일정한 가이드라인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율성을 꺾어버리는 순간, 아이는 자신이 무력하고 부족한 존재라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36개월 이후 자율성 발달을 위한 부모의 바람직한 태도와, 일상 속 실천 가능한 육아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아이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금 부모가 해줘야 할 역할을 함께 점검해 봅니다.
아이의 자율성을 키우는 부모의 실천 행동 5가지
**1. ‘혼자 하려는 마음’을 격려하되, 실패를 허용하기** 아이의 자율성은 시행착오 속에서 자랍니다. 신발을 반대로 신거나 단추를 삐뚤빼뚤하게 잠그더라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실수 속에서 배우는 기회를 주세요. “그렇게 하면 안 돼!”보다 “어렵지? 다시 해볼까?”가 자율성 발달에 훨씬 긍정적입니다.
2. 선택지를 주되, 경계는 명확히 하기 아이에게 자율성을 주는 것과, 모든 결정을 맡기는 것은 다릅니다. “지금 양치할래, 아니면 그림 그리고 나서 할래?”처럼 선택의 폭을 제한된 두 가지 안에서 주는 방식은 아이가 스스로 결정했다는 만족감과 함께, 일상의 규칙도 함께 지켜질 수 있도록 합니다.
3. 느린 속도를 기다려주는 태도 갖기 아이의 ‘혼자 해볼래’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가 시간에 쫓겨 대신해 주는 것이 반복되면, 아이는 ‘나는 못하는 사람이야’라는 인식을 가지게 됩니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주는 태도는 자율성을 존중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4. 도와달라고 하기 전까지는 참아보기 무언가를 하려는 아이가 “도와줘”라고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아이가 자기 한계를 느끼고 요청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 역시 자율성 발달의 일부입니다. 도움은 요청받을 때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5. 부모의 감정을 아이의 행동 기준으로 삼지 않기 “엄마 지금 바쁘니까 조용히 해”라는 말보다, “지금은 엄마가 일하는 시간이야. 너 혼자 놀 수 있을까?”처럼 감정을 기준으로 반응하지 않고 상황을 설명하는 말투가 중요합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부모는 아이에게 자기 조절력과 판단력을 모델링하게 됩니다. 이러한 실천들은 아이에게 ‘나는 할 수 있다’, ‘내 선택이 존중받는다’는 경험을 누적시키고, 이는 곧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의 기반이 됩니다. 자율성이 자라난 아이는 타인의 요구에도 유연하게 반응할 줄 알고,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할 수 있어”라는 믿음이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
아이에게 자율성을 길러주는 것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길러주는 일입니다. 아이는 부모가 허락하고 기다려주고 믿어줄 때, 비로소 스스로를 믿는 법을 배웁니다. 반면 부모가 끊임없이 대신해 주고, 결과를 먼저 평가해 버린다면 아이는 시도 자체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자율성을 기르는 육아는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합니다. 실수를 반복하고, 일이 더뎌지는 것을 감수해야 하며, 때로는 실패를 지켜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을 겪으며 아이는 ‘나는 해낼 수 있는 존재’라는 내면의 기둥을 하나씩 쌓아가게 됩니다. 36개월 이후는 그 첫 기둥을 놓는 시기입니다. 지금부터 아이의 행동을 조율하려 하기보다, 아이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태도로 바꿔보세요. 그 믿음과 기다림은 시간이 지나 아이의 삶 전체에서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오늘도 아이가 “내가 할래!”라고 말한다면, 한 걸음 물러서서 그 도전을 응원해 주세요. 그 한마디 속에 아이의 자율성, 자존감, 그리고 평생을 지탱할 자신감이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