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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 아이의 떼쓰기는 단순한 고집이나 버릇이 아닌, 정서 발달의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아이는 이 시기에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가며, 자아를 형성하고 세상과의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떼쓰기 행동이 왜 생기며, 어떤 상황에서 주로 나타나는지, 이를 통해 아이가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알아보고, 부모가 어떻게 반응해야 올바른 정서 발달을 도울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36개월, 감정이 말을 배우는 시기
만 3세, 즉 36개월은 아이가 신체적으로 눈에 띄게 성장할 뿐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깊은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특히 정서 발달 측면에서는 이 시기가 매우 결정적이며, 아이가 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점차 익히기 시작합니다. 이전까지는 울음이나 몸짓, 웃음 등으로 감정을 드러냈다면, 이제는 말과 행동을 통해 좀 더 명확한 의사 표현을 시도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직 감정을 언어로 충분히 표현하거나 상황을 조절하는 능력은 미숙하기 때문에, 그 사이의 간극에서 다양한 정서적 반응이 나타나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떼쓰기'입니다. 떼쓰기란 단순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행동 이상입니다. 그것은 아이가 감정적으로 뭔가 불편하거나 억울하거나, 혹은 표현할 수 없는 불만이 있을 때 나타나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는 "지금 당장 그 장난감을 가지고 싶은데 엄마가 허락하지 않는다"는 상황에서 단순히 ‘갖고 싶다’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이 거절당했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라는 내부적 갈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갈등을 아이는 아직 언어적, 논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정이 폭발의 형태로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시기 아이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하게 추구하는 반면, 여전히 부모의 지지와 안정감을 필요로 하는 이중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다’는 욕구와 ‘혼자서는 아직 무서워’라는 감정이 충돌하면서 감정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이는 종종 부모가 예상치 못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갑작스러운 울음, 큰 소리로 항의하기, 바닥에 드러눕기, 물건 던지기 등 다양한 떼쓰기 행동은 이처럼 아이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채 외부로 드러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행동은 매우 힘들고, 때로는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떼쓰기 자체를 문제행동으로 보기보다는, ‘아이의 감정 언어’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아이는 떼를 쓰면서 “지금 나는 너무 화가 나”, “왜 내 말은 들어주지 않아요?”, “이 상황이 싫어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때 부모가 적절히 반응해 주면 아이는 점차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과의 소통 방식도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36개월은 감정 조절의 기초가 다져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정서 발달을 충분히 도와주지 못하면 이후 분노 조절, 사회성, 자기 인식 능력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지금 이 순간이 매우 중요한 이유입니다.
떼쓰기 행동은 왜 생기고, 무엇을 의미하는가?
떼쓰기는 흔히 ‘고집’이나 ‘버릇’으로 간주되지만, 실상은 그보다 훨씬 깊은 의미를 지닌 정서 반응입니다. 36개월 전후의 아이는 자율성 욕구가 강해지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내가 할래”, “싫어”, “이건 내 거야” 등의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아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좌절을 경험하고, 이로 인해 감정이 폭발하게 됩니다. 이 좌절을 적절히 해소하는 경험이 반복되어야 아이는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떼쓰기 행동은 주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나타납니다: - **무언가를 원할 때 즉각 충족되지 않을 때** - **관심을 받고 싶을 때** - **피곤하거나 배고플 때, 즉 기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 **변화된 환경이나 낯선 사람으로 인해 불안할 때** - **자신의 감정을 설명할 단어가 부족할 때** 예를 들어 마트에서 원하는 과자를 사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을 때, 아이는 단순히 과자를 원해서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거절당했다”, “내 선택이 무시당했다”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때 부모가 “왜 이래?”, “그만해”라며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압하면, 아이는 자기감정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며 더 강한 떼쓰기로 반응하게 됩니다. 반대로 부모가 “아, 너 그 과자 정말 먹고 싶었구나. 그런데 지금은 살 수 없어. 대신 집에 가서 간식을 먹자”라고 감정을 인정해 주면, 아이는 점차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고 상황을 수용하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또한 36개월 아이는 **공감 능력이 막 시작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은 강하게 인식하지만 타인의 감정은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즉, 자기 중심성이 매우 강한 시기로 “내가 슬프면 모두가 슬퍼야 해”, “내가 원하는 걸 가져야 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 시기에 부모가 감정을 언어화해 주는 역할을 반복하면, 아이는 점차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하고,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게 됩니다. 떼쓰기를 단호하게 막기보다는 감정을 가이드해 주는 접근이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화가 나서 그런 거야. 화날 수 있어. 근데 화났다고 물건을 던지면 안 돼. 대신 엄마한테 말해줘”라는 식으로 감정을 인정하되 행동은 제한하는 방식이 정서 발달에 효과적입니다. 이는 아이가 ‘감정은 자유롭게 느껴도 되지만, 표현은 조절해야 한다’는 중요한 개념을 배우게 하는 과정이 됩니다. 이러한 정서 훈련은 단기간에 효과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감정 표현 방식이 더 안정적으로 변하고, 떼쓰기 빈도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됩니다. 떼쓰기를 단순한 훈육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아이의 감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로 현명한 부모의 태도입니다.
감정을 이해받는 아이는, 안정된 아이로 자란다
아이의 떼쓰기는 불편하고 힘든 일이지만, 그 속엔 아이의 성장 메시지가 숨어 있습니다. 아이는 감정을 조절할 줄 몰라 떼를 쓰는 것이지, 고의로 부모를 힘들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감정은 억누를 대상이 아니라, 함께 해석해줘야 할 '정서의 언어'입니다. 정서 발달은 그 자체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며, 부모의 반복적인 반응 속에서 아이는 점차 자신의 감정을 이름 붙이고, 정리하며,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떼를 쓰는 아이를 향해 짜증내기보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을 읽고 “지금 너는 이런 기분이구나”라고 말해주는 순간, 아이는 감정을 단순한 폭발로 처리하지 않고 언어로 풀어가는 방법을 배웁니다. 이 경험은 훗날 친구와의 갈등, 학업 스트레스, 가족 관계에서도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는 기초가 됩니다. 특히 36개월은 이러한 기초가 처음으로 쌓이는 시기이므로, 이 시기의 정서 교육은 단순한 훈육이 아니라 평생의 인성 교육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내 감정은 존중받는다”는 믿음을 갖는 것입니다. 이 믿음은 자존감을 형성하고, 사회성의 바탕이 되며, 결국 성인이 되었을 때도 자신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능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지금 이 시기, 아이가 감정을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부모는 반응해 주고, 기다려주고, 감정을 말로 풀 수 있는 길을 함께 걸어야 합니다. 떼쓰기는 지나가는 현상이지만, 그때의 부모 반응은 아이 안에 평생 남는 경험이 됩니다. 감정을 존중받은 아이는 언제나 감정을 존중하는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아이의 떼쓰기 앞에서 단호하면서도 따뜻해야 하는 이유입니다.